보도자료

[월간중앙] 21세기판 후미에(踏み絵), ‘마녀사냥 비즈니스’를 아십니까

2024.12.31

[월간중앙]
21세기판 후미에(踏み絵), ‘마녀사냥 비즈니스’를 아십니까
[글로벌 현장] ‘통일교 포비아’에 빠진 일본의 반인권 실태 추적


아베 전 총리 피살 이후 통일교에 대한 ‘낙인 찍기’ 횡행
직장서 쫓겨나고 가족에 의해 감금돼 배교 강요당하기도
특정 대상을 집단으로 따돌리는 일본 사회 분위기도 한몫

 
2년 반 전 일본을 충격에 빠트렸던 아베 전 총리 총격 피살사건 이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현 가정연합)’에 대한 일본 사회의 낙인 찍기가 다시 고개 들고 있다. 피격사건 이후 복잡해진 정치적 역학관계는 통일교를 악마화해 퇴출하려는 ‘해산’ 시도로 이어졌다. 중앙·지방정부에선 가정연합 계열 비정부기구(NGO)와 관계를 끊고 활동을 제약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혐한과 공산주의, 기성 종교가 통일교를 상대로 수십 년 간 벌여온 반인권적 ‘마녀사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 통일교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와 마녀사냥 실태를 돌아봤다.

" 가정연합에 대한 조직적 탄압은

에도막부가 자행했던 ‘성화 밟기’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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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 아베 전 총리 피살사건을 계기로 일본 사회에선 통일교(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를 향한 집단 따돌림이 심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만난 한 가정연합 신도는 이렇게 말했다. ‘성화 밟기’는 17세기 에도막부가 ‘기리시탄’이라고 불린 가톨릭 신자를 박해한 방법이었다. ‘후미에(踏み絵, 밟는 그림)’라는 성화판을 밟아 모욕하면 살려주는 식이었다. 교묘하고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배교를 강요했던 그때와 가정연합을 조직적으로 배척하는 지금의 일본 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2022년 7월 8일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아베 전 총리가 총탄에 맞아 서거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난데없이 통일교가 사건의 전면에 떠올랐다. 총격범인 야마가미 데쓰야(당시 41세)가 아베의 등 뒤에서 쏜 첫발은 빗나갔다. 야마가미의 두 번째 총격이 총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아베에게 명중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7m. 주변에 경호원이 있었지만, 두 번의 총격을 할 때까지 누구도 제지하거나 아베를 보호하지 못했다. 아베는 후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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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8일 나라시 중의원 선거 유세현장에서 아베 전 총리를 저격한 범인이 경호원에 의해 체포되고 있다.


전직 총리가 삼엄한 경호를 받는 행사장에서 총격으로 사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경호실패에 해당한다. 경호를 담당한 경찰 관련자들은 물론이고, 기시다 정권으로 책임론의 불똥이 떨어질 수 있는 중대 사건이다. 아베는 자민당 최대 계파를 이끌며 사실상 ‘상왕(上王)’이나 다름없는 위세를 떨쳐온 터였다.

백주대낮의 아베 피살, 가정연합이 원인?

야마가미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범행 동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사건 발생 이틀 뒤 일본 언론에는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이름을 거론하며 “어머니가 신자이고 많은 액수를 기부해 파산했다.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고 원망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베가 이 종교를 일본 내에 확산시켰다고 믿고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선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종교활동에 심취해 많은 돈을 헌금으로 내면서 결국 파산했다고 전하며 문제의 종교가 ‘가정연합’ 즉 통일교라고 지목해 보도했다.

이후 일본 언론들은 통일교의 헌금 강요와 이른바 ‘영감상법’이라고 불리는 물품 고가 판매행위 등 여러 폐해를 지적했다. 또 통일교가 아베를 비롯해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시다 정권도 상당한 타격에 놓였다. 사건 한 달 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 52%에서 36%로, 9월에는 30%선이 붕괴해 29%까지 떨어지며 위기가 고조됐다. 제50회 중의원 선거에선 통일교와 연관됐다고 지목된 후보들이 대거 낙선하며 통일교에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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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8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통일교 유착 의혹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런 정치 환경에서 정부는 신속하게 통일교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다. 피격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 만인 2022년 10월 반통일교 변호사단체가 ‘통일교 일본교단 해산명령’을 신청하자 다음 날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성 대신은 기자회견에서 종교법인 해산명령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물품 강매와 헌금 강요 등 민사상 불법행위를 그 이유로 내세웠다. 

형사사건에 연루된 적 없는 종교단체에 대해 해산명령을 청구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전에는 살인, 폭력, 테러, 사기 등 반사회적 형사사건에 연루된 경우에만 해산명령 청구가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법원에서 청구가 인용된 사례는 옴진리교와 명각사라는 사이비 종교뿐이었다.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를 결정한 정부는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했다. 한 달여 뒤 문부성은 조사를 개시했고, 12월 13일에는 통일교 피해자 구제법이 참의원을 통과했다.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대책을 담은 법률이 제정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023년 8월에는 해산요건을 확인했고, 10월 13일 도쿄지방법원에 해산명령 청구를 제기했다. 사건은 비송사건으로 분류돼 비공개로 재판이 진행된다. 통일교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나카야마 다츠키 국제변호사는 “1심에서 약 1년, 2심과 3심도 비슷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심 결론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이례적인 강경 대응에 유엔을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와 법률가들의 비판과 종교 자유 침해에 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 사회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통일교에 대한 거부감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일본 국내외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WFWP 인터내셔널(세계평화여성연합) 호리 모리코 회장에 따르면 해산명령 청구가 제기된 뒤 지방자치단체  4곳에서 여성연합에 대한 봉사단체 등록 취소가 이뤄지고 공공시설 사용도 불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통일교에 대한 배척 여론에 못 이겨 약 2000명의 회원이 여성연합을 탈퇴해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도 하다. 호리 모리코 회장은 “여성연합은 128개 지부를 두고 개발도상국에서 학교와 병원 건립, 식량 원조 등 지구적 봉사를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 지원이 끊기면 전 세계 수만 명의 삶이 위태로워진다”고 우려했다.

반공산주의 운동 펼치며 일본 공산당과 악연

특히 세네갈에선 여성연합이 지원해 직업훈련학교를 건립했는데, 일본 외무성 압력으로 여성연합이 학교 운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호리 회장은 “우리 단체의 활동 스케줄이 공개되면 공산당과 극우 혐한 시위대가 찾아와 데모하며 정상적인 활동을 막고 있다”며 “종교단체가 아닌 독립적인 봉사단체인데도 가정연합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 신자라는 이유로 직장을 잃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사실 일본에서 통일교는 오래전부터 자민당과 이념적 연대를 형성해왔다. 1968년 4월 문선명 당시 통일교 총재가 ‘일본국제승공연합’을 창설한 뒤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1960년대 거물 정치인인 기시 노부스케 전 수상과 인연을 맺으면서 통일교와 자민당은 ‘반공산주의 연대’를 형성했다. 거꾸로 보면 통일교가 일본 공산당의 표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나 포교활동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아베 총격 사건이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터져 나오곤 했다. 

1980년대와 90년대 한국 주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일화 제품 불매운동’ 등 통일교 반대 운동이 전개됐고, 이런 움직임이 일본에도 영향을 미쳤다.일본에서 반통일교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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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공산주의 성향 반통일교 단체인 ‘전국영감상법 대책변호사연락회’가 2023년 10월 정부에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를 촉구했다.


우선 1987년에 결성된 반통일교 대표적 단체인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 (전국변련)이 있다. 공산주의 성향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전국변련은 통일교 자금이 공산주의와 싸우는 데 쓰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교단이 설립된 지 60년 동안 170건의 소송이 있었고, 대부분 전국변련이 소송을 대리했다.

둘째로는 일본 내 기독교 세력이 있다. 일본의 개신교 신도 수는 약 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0.4%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교 신도를 기독교인으로 개종하는 일종의 ‘신도 빼 가기’도 횡행하고 있다는 게 통일교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혐오인식을 가진 극우세력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발원한 신흥종교가 일본에서 부흥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크다. 가정연합 예배가 있는 날이면 우익 시위대가 교회 앞에서 “가정연합은 한국으로 돌아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예배를 방해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기도 한다.

좌익 변호사, 기독교 목사, 탈회 브로커가 합작한 마녀사냥

이 세 부류의 세력이 연대해 통일교에 대한 낙인 찍기를 해 온 지 벌써 수십 년째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들의 통일교 와해 시도는 보다 대담하고 체계적으로 전개됐다. 일본 사회에서 ‘디프로그래밍(deprograming, 강제개종)’이라고 불리는 배교, 탈회 강요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디프로그래밍은 종교를 불인정하는 중국,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들에서 주로 행해지는 반인권 적 조치다. 중국의 파룬궁 탄압, 러시아의 여호와의 증인 탄압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신흥 종교를 ‘컬트(사교, 이단)’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체계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대중에게 반감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통일교에 대한 디프로그래밍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납치와 감금으로 이어진다. 가정연합 일본교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납치 감금 피해를 본 신도 수가 43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중 70%는 교회를 떠났고, 나머지 30%만이 교회로 돌아왔다. 디프로그래밍은 앞서 언급한 변련과 기독교 목회자, 그리고 ‘탈회 지도 전문가’라고 불리는 브로커가 팀이 되어 조직적으로 진행한다. 초기에는 공산주의 계열 정신병원에 가두는 방식이었지만, 이후 가족을 설득해 감금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교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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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반통일교 활동가들에 의해 12년 5개월간 납치 감금됐던 고토 토오루씨. 구조 당시 앙상하게 말라 걷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일본에서 지난 50여 년간 납치 감금 피해를 본 통일교 신도가 4300명을 넘는다.


디프로그래밍의 충격적인 진실을 세상에 알린 건 12년에 걸쳐 납치 감금 피해를 봤던 고토 토오루 ‘납치감금-강제개종 피해자모임’ 대표였다. 고토 토오루 대표는 대학교 4학년 때 친형의 권유로 가정연합에 입교했지만, 31세부터 44세까지 12년 5개월간 감금돼 탈회 지도 전문가 등으로부터 개종을 강요당했다. 구출 당시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던 그의 모습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12월 8일 도쿄 가정연합 본부에서 만난 고토 대표는 183㎝의 훤칠한 키에 70㎏이 넘는 건장한 체구였다. 고토 대표는 “탈회 전문가는 대부분 기독교 목사들이었다. 통일교가 이단이기 때문에 마녀사냥식 동기도 있었고, 탈회에 성공하면 거액의 성과보수를 받게 되는 것도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며 “탈회한 가정연합 신자들이 그 목사들의 신자로 개종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피해자가 배교를 증명하는 과정은 17세기 에도시대의 ‘성화 밟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교리상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신자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거나, 다른 신자 명단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또 탈회한 뒤 다른 신자에게 탈회를 권하도록 하거나 교회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도록 해 배교 의지를 증명하게끔 한다. 이렇게 제기한 대부분의 소송은 전국변련이 맡아서 진행하는데, 교회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면 상당한 보수를 변호사를 비롯한 디프로그래밍 팀이 가져가기도 한다.

매뉴얼도 갖추고 ‘비즈니스’가 된 반인권적 ‘강제 개종’

이들의 탈회 작업은 수십 년에 걸쳐 다듬어져 매뉴얼화했다. ‘탈회 전문가’ 타구치민야가 쓴 <통일협회 구출과 재활>(생명의말, 1994년)이라는 책에는 ‘효과적인’ 감금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망할 것 같은 장소는 모두 안쪽에서 완전히 잠그고 또 차폐한다. 현관은 안쪽에서 자물쇠를 건다. 문의 스토퍼를 사용해 열쇠를 걸면 좋다. 주의 - 열쇠는 모두 얇은 끈으로 묶어 상시 목에 매달아 둔다. 베란다측, 복도측도 모두 알루미늄 섀시 문, 창은 투명 또는 반투명 염화비닐 물결판을 박는다. 베니어판은 방이 어두워지고, 외부에서 볼 때 이상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다. 위험 방지, 도망 방지 세공은 철저하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위의 책 p.180~181)

책에는 이를 ‘통일협회로부터의 구출·구체적 방법’이라고 기술하고 있지만,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감금하는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를 조장하는 거나 다름없다. 수십 년간 은밀하게 이뤄져 온 납치 감금으로 인해 자살하거나 트라우마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탈회 전문가들은 방법을 바꿔서 가정연합이 무서운 곳이란 이미지를 가족들에게 심어준 뒤 그 영향을 받은 가족이 일을 그만두고 신도를 감금해 함께 지내면서 설득하도록 하고 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가족 문제로 치부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6.jpg다나카 도미히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본부 회장은 일본 정부의 통일교 해산명령 청구와 강제개종에 대해
“기독교 신자들이 예수님 그림이나 십자가를 밟아 신앙을 버렸다는 것을 증명하게 한 것과 같은 인권 침해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국제인권변호사인 페트리샤듀발은 지난 9월에 작성한 ‘일본: 통일교회를 근절하기 위한 마녀사냥’ 유엔 보고서에서 “강제 개종을 강요하는 것은 누구든지 자신이 선택한 종교 또는 신념을 받아들이거나 가질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강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자유권 규약에 위배된 명백한 금지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토 대표의 감금피해 사례가 공개된 뒤 일본의 디프로그래밍은 더욱 교묘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2024년 1월 19일 일본 정부는 ‘구 통일교회 문제 피해자 등 지원에 관한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통일교에 특화된 2세 신도나 신도 자녀 등 ‘피해자’ 또는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 피해자’ 구제 대책을 논의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집단 따돌림 익숙한 일본의 분위기

앞서 후생노동성은 종교적 신앙과 관련된 아동학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뒤이어 아동가족청은 ‘종교적 신앙 등과 관련된 아동학대 등 대응에 관한 Q&A’에 따라 아동상담소에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통일교를 탈회한 전 신자나 배교자를 강사로 채용해 정부 상담창구에서 ‘조언과 지도’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언뜻 보기엔 피해자 상담과 구제 등 일반적인 인권보호 대책처럼 보이지만, 그 바탕에는 통일교는 위험하고, 신도나 신도 자녀들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것이 전제로 깔렸다. 탈회자들의 경험에 기반해피상담자들이 조종당하고 있다고 인식하게끔 함으로써 교회에 적대감을 갖도록 고안된 장치인 셈이다. 만약 아동과 학생들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부모 등 신도들과 떨어져 생활할 수 있는 임시 거주 시설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신앙을 버리고 가족으로부터 도망치라고 세뇌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프로그래밍’인 것이다.

이는 유엔 자유권규약이 규정하는 신앙의 자유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한 아동권리협약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처럼 범죄에 가까운 반인권적 탄압이 지속하는데도 일본 사회가 오히려 가정연합을 악마화하는 데 동참하는 이유는 뭘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에 응한 일본의 법률 전문가나 종교인, 가정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특정 대상을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보인다.

과거 역사에서 대표적인 예로는 1923년 간토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조선인들을 살육했던 ‘간토대학살’을 들 수 있다.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책임을 두고 일본 정부는 개입을 부인해왔지만, 지난해 일본군이 학살에 가담한 걸 입증하는 문서가 발견됐다. 내부의 불안과 책임을 외부 세력에게 돌리는 ‘낙인 찍기’와 집단 따돌림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하나의 흐름이 형성되면 사회 전체가 이를 추종하는 일본 사회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나카야마 다츠키 변호사는 “통일교 신자 중 개종한 사람은 500명 중 한 명”이라며 “일본의 미디어가 이 한 사람의 의견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 나머지 499명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카야마 변호사는 “법률적으로는 99% 승소한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는 반반”이라고 말했다. 그가 해산명령 청구재판 결과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 방침을 추종하는 일본 사회의 ‘흐름’ 때문이다. 나카야마 변호사의 말이다. “국가를 원고로 하는 재판은 (반드시) 국가가 이긴다는 전례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재판관이 나라의 방향성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재판관들은 나라의 방향성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 출세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출처 : 월간중앙(https://www.m-joong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00489)


전례 없는 해산 시도에 국제사회도 “중대한 인권 억압” 한 목소리

[글로벌 현장] ‘가정연합’ 해산명령청구 두고 모순 빠진 일본


日 정부, 아베 피살사건 이후 법령 해석 바꿔 해산명령청구 제기
연루된 적 없는 종교단체 민사 책임으로 해산 전례 없어
美 트럼프 당선인 종교자문, 법조인 등 국제사회도 일본 정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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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8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앞에서 세계평화통일 가정연합(통일교) 회원 150여 명이 해산명령 청구 무효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다.
 

올해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이 일본에서 정식 종교단체로 인정받은 지 60년 되는 해다. 세상이 한 번 순환하는 주기를 육십갑자로 여기는 동양적 세계관에서 60주년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본에서 가정연합 신도 수는 6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한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1%에도 못 미치는 외래 종교의 불모지에서 신흥 교단으로서 상당한 성취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종교단체 법인 설립 60주년을 자축해야 할 일본 가정연합은 지금 존폐의 기로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2년 반 전 아베 전 총리 피살 사건의 여파로 시작된 ‘통일교 지우기’ 때문이다. 2022년 7월 8일 아베 피격 사건으로 기시다 전 총리가 가정연합과 관계 단절을 선언한 뒤 일본 정부는 일본 가정연합에 대한 종교단체 해산 명령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서 해산명령을 받은 종교단체는 옴진리교와 명각사 두 곳뿐이다. 옴진리교는 여러 건의 살인사건과 1995년 3월 13명이 숨지고 6200여 명이 다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사건 등으로 일본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사하라 쇼코 교주를 포함해 주모자 13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고, 1996년 1월 종교법인은 해산됐다. 명각사는 교주와 간부들의 사기 행위가 드러나 1999년 해산명령이 청구됐고, 2002년에 확정됐다.  

해산명령 청구는 종교단체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해산명령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재산이 동결되고 종교단체로서 받는 여러 법적 혜택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단체에 대한 해산 명령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거나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키는 등 제한적으로 이뤄지게 마련이다. 앞선 두 건의 해산명령 근거도 사회적 파장이 큰 형사 사건이었다. 교주가 여신도를 성폭행하거나 고행을 강요하고 폭행해 사망하게 한 종교(염법진교, 호우유노회, 세계구세교)들도 있었지만, 이들에 대한 해산명령은 기각됐다. 해산명령의 요건이 그만큼 까다롭다는 방증이다.

일본서 해산된 종교는 옴진리교 등 두 번뿐

하지만 일본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 청구는 앞선 사례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해산 사유 때문이다. 종교법인으로 등록된 이후 60년간 형사 사건에 연루된 적 없는 가정연합을 해산하는 게 적법하느냐로 일본 사회는 모순에 빠졌다. 아베 피살 사건과 관련해 2022년 9월 일본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가정연합은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법원에 해산 명령을 청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정연합은 주로 헌금이나 물품 판매와 관련해 민사 사건에 연루된 적은 있지만, 강력사건 등 형사적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없었다.

하지만 기시다 당시 총리가 가정연합과 관계 단절을 선언하면서 “민법상 불법행위도 해산 요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13일 가정연합에 대해 도쿄지방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 모리야마 마사히토 당시 문부과학성 대신은 “지난 1년간 심의회에서 신중한 논의를 해왔다. 질문권(조사)을 행사하고 170명이 넘는 피해자 정보를 수집해 세부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이 결과를 토대로 해산명령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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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3일 모리야마 마사히토 문부과학성 대신이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을 계기로
통일교에 대한 종교단체 해산명령 청구를 법원에 제기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는 보편적 기본권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종교단체를 해산하는 것은 기본권을 제약하는 중차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우선 정부 조치의 적법성과 적절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테고, 법원에서 종교단체 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게 자명하다.   

국내에선 비슷한 예로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 여론의 지탄을 받았던 신천지교회,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가 이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한 해산 국민청원이 있다.

연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 비판에 앞장섰던 한기총을 해산해 달라는 국민 청원에 20만 명 넘게 서명했지만,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우리나라 헌법은 국가가 개인과 종교단체의 종교활동에 대해 강제하거나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비슷한 시기 신천지에 대해서도 강제 해산과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법적으로 강제 해산시킬 근거가 없는 데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교주 이만희 씨와 교회가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민사사건 근거로 종교 해산? “모호한 법령 해석”

본격적인 재판 진행을 앞두고 일본에서도 가정연합 해산명령 청구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월 9일 도쿄에서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한 나카야마 다츠키 국제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강제해산 청구명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나카야마 변호사는 “종교법인법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며 “법인격을 소멸시키는 중대하고 심각한 행위의 요건은 엄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해산명령의 근거로 제시한 ‘조직성·계속성·악질성’의 3요소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비난을 받을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호한 법령 해석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1989년 이후 제정된 회사법이나 일반사단법인법의 경우 해산 요건에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제정된 지 73년 된 종교법인법은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법령’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형벌 법령’이라고 명시한 다른 법인 관련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민법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해산명령은 비례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나카야마 변호사는 또 일본 정부가 문제 삼은 ‘영감상법(靈感商法)’과 고액헌금에 대해서도 ‘계속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영감상법은 건강을 지키거나 직장과 가정의 불운을 떨쳐내야 한다며 평범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상술을 일컫는다. 일본에서 수십년간 가정연합에 배타적인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전국변련)는 지난 35년간 접수된 피해액이 1237억엔(약 1조115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카야마 변호사는 이에 대해 “과거 신도가 경영하는 회사가 도장판매를 했을 때 판매 수법을 다투면서 영감상법이 문제가 됐다”면서 “신앙심 깊은 신자가 상식에 다소 벗어난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가정연합의 조직적인 책임은 판례에서 일절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9년 가정연합이 과거를 반성하며 ‘컴플라이언스 선언’을 발표한 뒤로는 영감능력을 강조하거나 과도한 헌금을 훈계하는 등 세상의 상식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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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해산명령 청구 재판 변호인단에 참여한 나카야마 다츠키 국제변호사는
한국 언론과 만나 일본 정부가 제기한 해산명령 청구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종교 및 신념의 자유 분야와 국제인권법에 정통한 프랑스의 페트리샤 듀발 변호사는 지난 9월 ‘일본: 통일교회를 근절하기 위한 마녀사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듀발은 보고서에서 “일본 내 통일교회 신도들은 사회적 편견에 직면해있고, 그것이 망상까지 확대돼 그들의 전도가 ‘반사회적 활동’으로 간주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에 제정된 ‘유엔총회 선언’ 제6조(f)는 ‘사상, 양심,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다음과 같은 자유를 포함한다.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임의의 재정적 또는 기타 기부를 요청 및 수령할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교회 운영을 위해 헌금 등 기부금을 요구하거나 받는 것도 종교의 자유 영역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다만 “통일교회의 헌금 권유와 종교적 공예품 판매 활동이 어떠한 폭력적 요소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통일교회 측 입장인 전국변련이 ‘부당한 영향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법원이 이를 채택했다”고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종교단체가 기부금을 모집하면서 지옥이나 업보를 언급하는 것은 가톨릭, 불교 등 여느 종교에 일반적인 관습이지만, 유독 ‘컬트’라는 경멸적 표현이 붙은 신흥 종교, 특히 통일교회에만 적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민사 이유로 해산하면 모든 종교 위기 초래”

지난 12월 8일 도쿄 비전센터에서 국제종교자유연합(International Coalition for the Religious Freedom, ICRF) 일본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ICRF 2024 도쿄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종교 자문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특별 영상메시지를 통해 “미 국무부는 22년과 23년 보고서에서 일본이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전 세계 종교자유 관련 학자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에 대한 권리 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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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종교 자문인 폴라 화이트 목사는
2024년 1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종교자유연합(ICRF) 대회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의 종교 자유 침해를 우려했다.


국제사회에서 종교자유와 인권을 감시하는 매체인 <비터 윈터(Bitter Winter)> 담당임원인 이탈리아 언론인 마르코 레스핀티도 기조연설에서 “단 한명이라도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암살자의 재판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연합은 가해자인 것처럼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명령청구는 중대한 인권 억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자유의 해체”라고 지적하고 “가정연합이나 다른 종교신자들의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이들 단체의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를 포함한 모든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일본 국민, 그리고 전세계에 대한 부정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나카 도미히로 가정연합 일본 회장은 12월 7일 도쿄에서 가진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만약 가정연합이 민사사건을 이유로 해산되면 그 판례가 앞으로 모든 종교에 적용되는 위기가 될 수 있고, 민사를 이유로 종교가 해산될 수 있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출처 : 월간중앙(https://www.m-joong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00490)